스팀 이야기/스팀 A to Z

가상인물이 경영진인 회사 디볼버 이야기

톨이 아빠 2021. 4. 1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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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사들이라면 가지 않을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가는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이 회사의 CFO는 포크 파커라는 인물인데요. 그는 트위터 팔로워가 1만명이 넘는 나름 유명 인사죠.

스스로 부적절하고 풍자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의 회사가 개발한 게임에 출연하는 등 대외적으로 아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으니 그는 실존인물이 아닌 이 회사에서 만든 가공의 인물이라는 겁니다. 

 

 

이 회사의 이상한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전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으로 게임 박람회가 열리지 못하자

자신들이 배급을 맡은 작품들을 홍보하는 게임을 스팀에 무료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대충 만든게 아니라 아주 정성스럽게 고퀄리티로 말이죠.

여기까지 들으면 뭐 이상한 회사 하나 있네 하고 넘어갈수도 있겠지만

이 회사에서 배급한 게임 목록을 보면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시리어스 샘

핫라인 마이애미 

섀도우 워리어

더 탈로스

엔터 더 건전

더 메신저

카타나 제로

폴 가이즈

루프 히어로

 

장르도 개발사도 전혀 다르지만 이 회사에서 배급하는 게임들은 모두 하나같이 독특하고 우수한 게임성을 자랑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여기서 배급하면 믿고 한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인정받는 회사입니다.

이미 눈치채신분들도 있겠지만 이 회사의 이름은 디볼버 디지털입니다.

 

디볼버 디지털은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요.

2009년 6월 마이크 윌슨, 해리 밀러, 릭 스털츠 세 사람이 세웠습니다.

다른 모든 성공 신화와 마찬가지로 세사람의 행보는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디볼버 디지털을 설립하기전 세 사람은 1998년과 2008년에 각각 회사를 설립해 게임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세 공동 창립자의 목표는 개발자가 외부적인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게임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여기서부터 세 사람의 행보는 남다르죠?

 

심지어 이 시스템에는 개발자들이 게임에 대한 모든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었었죠.

보통은 배급사가 개발사에 간섭을 합니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그래서 이렇게 고쳐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세 사람은 시작부터 철저히 개발자 편이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던 당시 주된 유통 채널은 소매업체, 즉 매장에서 패키지를 구매하는 형식이었는데요.

아주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큰 자본이 없다면 성공하기 힘든 시장이었고,

도전자 입장이었던 세 사람의 회사는 큰 매출을 올리지 못했는지 결과적으로 더 큰 회사에 인수 되고 맙니다. 

 

이 시점에서 포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세 사람은 다른 방향으로 활로를 모색합니다.

그들이 생각한 방법은 지금은 자연스럽고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생소했던 디지털 유통 플랫폼이었습니다.

 

2009년 6월 25일 드디어 디볼더 디지털이라는 회사가 설립됩니다.

기존 멤버 3명 외에 3명을 더 추가해 총 6명으로 구성된 회사였습니다.

사무실도 없었고, 2018년까지 창업 멤버가 운영하는 사료 가게의 우편주소를 빌려 쓸 정도로 작은 회사였습니다. 

 

회사가 설립되고 그들이 한 첫번째 작업은 시러어스 샘 HD 버전의 출시,

시리어스 샘 시리즈는 크로팀이 개발한 FPS 게임인데요. 

 

회사 창립 멤버인 마이크 윌슨과 크로팀이 이전부터 인연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시리어스 샘 시리즈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 파트너십은 성과가 있었고,

크로팀과 디볼버 디지털은 시리어스 샘 2편의HD 버전 출시를 위해 계속 협력했습니다.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디볼버 디지털은 작은회사, 당연히 자금의 여유는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투자를 받기보다는 허리띠를 졸라 매는걸 선택했습니다.

다른 게임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시리어스 샘2 HD 출시에만 집중했습니다.

 

시리어스 샘 1,2로 재미를 본 뒤 2인조 팀인 블람비어와 같은 소규모 독립 스튜디오와도 협력하여

시리어스 샘을 기반으로 한 인디 게임을 제작해 2011년과 2012년 사이에 4개의 스핀오프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만든 시리어스 샘 게임들은 나름 성공을 거두었고,

이 일을 계기로 디볼버 디지털은 인디 게임의 가능성에 회사의 운명을 걸어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2012년, 디볼버 디지털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운명과 같은 게임과 계약하게 됩니다.

바로 핫라인 마이애미!!

 

2명의 개발자로 구성된 덴나톤 게임즈가 개발한 이 게임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특유의 픽셀 그래픽,

특이한 스토리 텔링 그리고 1980년대 미국문화에 영향을 받은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트랙으로

유저 뿐만 아니라 평론가들의 많은 찬사를 받았고, 2013년 2월까지 170만장 이상 팔렸습니다. 

드디어 디볼버 디지털이라는 회사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거죠.

 

그 뒤로 디볼버 디지털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수많은 인디 게임들을 배급하면서 폴 가이즈, 루프 히어로 등 많은 히트작을 배급하는데 성공합니다.

 

좋은 인디 게임을 배급한 디볼버 디지털의 행보는 그냥 우연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디볼버 디지털의 유통 담당자가 내한 했을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 어떤 장르가 잘나가고, 어떤 게임이 유행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본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독창성'과 '다양성' 입니다."

"퍼블리싱을 결정하기전 직원들이 투표를 하는데 단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퍼블리싱이 무산됩니다."

"개발사에 바라는 부분은 없습니다. 오히려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 어떤 특징이 있다면 우리는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볼버 디지털의 이런 생각과 정신이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 회사에서 배급하는 게임은 믿고 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디 게임 배급사 디볼버 디지털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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